제목; 인권은 국가주권을 뛰어넘는다
매체 : 중앙일보
게시일자 : 201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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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12월 10일)은 세계인권의 날이다. 제네바 소재 유엔 인권위원회는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가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인권위원회의 후신인 유엔 인권이사회가 최근 중동 지역의 민주화 움직임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초 재스민 혁명으로 시작된 ‘아랍의 봄’은 튀니지·이집트·리비아 정권을 무너뜨리더니 이제는 시리아·예멘을 흔들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들 국가의 인권 상황을 논의하고 처방을 내리는 국제 토론의 중심무대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인권이사회는 리비아 사태에서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면 국제사회가 대신 보호해줘야 한다는 ‘보호책임론(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제기하면서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는데, 지난 2일 개최된 시리아 인권 특별회의에서도 같은 취지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인권은 인간의 타고난 권리로, 모든 개인이 인간 존재의 보편적 가치로서 동등하게 갖는 불가양(不可讓: 양도할 수 없음)의 권리를 말한다. 그간 이러한 인권의 보편성 문제는 국가 주권 또는 국내 문제 불간섭 원칙과 충돌을 일으켜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권이사회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주권을 넘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국제적 인권보호 레짐(regime: 체제) 형성에 있어서 중대한 역사적 변화이며, 인권 탄압국들에 보내는 국제사회로부터의 경종의 메시지인 셈이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에 대해서도 2004년부터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임명해 북한 인권 상황을 모니터링해 오고 있는데, 북한도 국제사회의 요청에 부응해 시급히 인권 상황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인권 문제에 있어서 수세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나, 민주화 이후 국제적 인권 증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오고 있다. 인권핵심협약 중 강제실종협약과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을 제외하고는 모든 협약에 가입했으며, 2006년 초대 유엔 인권이사국으로 선출된 이래 두 차례에 걸쳐 인권이사국으로 적극 활동하였다. 지난 10월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는 연례보고서에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인권외교를 높이 평가하였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인권 모범국으로 발전해왔으나 앞으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인권 선진국이 되는 것을 목표로 미가입 인권핵심협약 가입 검토 등 인권 관련 법·제도와 관행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권 선진국을 지향함으로써 국내적으로는 보다 건강하고 튼튼한 사회를 만드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연성(軟性) 국력을 신장시켜 통일 한국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